신 전 교수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여론조사 보고서가) 명태균씨 것만 있던 것 같지는 않고 그 당시 (미래한국연구소 보고서를 포함해) 3개 정도를 보면서 활용을 했던 것 같다”며 미래한국연구소 보고서가 캠프에서 활용됐다고 말했다. 그는 “캠프에 전략조정회의가 있고 저녁 때 일일상황점검회의라고 있다”며 “(여론조사 결과를) 말로 해준 것도 있고 페이퍼로 해서 본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 전 교수는 당시 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을 맡았다가 대선 직후 사표를 쓰고 나갔다. 지난 22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영입 인재 15호로 발탁됐다.
신 전 교수는 “당시에는 그분(명씨) 회사인지를 저는 알 길이 없었다”며 “명태균씨 건이 막 터지고 나서 제 파일을 다시 보다 보니까 미래한국연구소라고 돼 있고 3월8일자 내부 보고서인 걸로 해서 있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처음에 그 파일을 (제 기기에 다운)받은 시간을 보니 ‘3월9일 2시 31분’이었다”고 덧붙였다. 2022년 3월9일은 대통령선거 당일이다.
신 전 교수가 참석한 회의는 윤 대통령의 대선 전략과 방향을 정하는 핵심 회의였다. 신 전 교수가 언급한 참석자는 선대본부 부본부장 겸 상황실장이었던 윤재옥 의원,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 이철규 의원, 공보단장 김은혜 의원, 일정을 총괄한 강명구 의원, 선대위 정무기획팀장·이슈대응단장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차관, 선대위 전략기획실장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등이다. 신 전 교수는 이들이 “각 파트별 책임자였다”고 말했다. 미래한국연구소의 보고서가 미공표용이었다는 점에서 명씨 혹은 연구소 측이 회의 참석자에게 보고서를 직접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
신 전 교수는 회의 내용이 윤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며 여론조사 결과도 보고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를 들어 광주를 가기로 했다가 급하게 인천으로 변경을 하게 됐다면 그런 보고를 당연히 하지 않겠나”라며 “(여론조사도) 회의 결과로 취합이 되는데 당연히 보고를 안 했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명씨가 직접 회의에 와서 보고한 기억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명씨가 직접 회의에서 보고했는지는) 제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강혜경씨는 유튜브 등을 통해 2021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대선 관련 여론조사(공표, 미공표 포함)를 81회 진행했고 소요된 비용이 약 3억7500만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공표 조사 결과를 보내줬다”면서도 “자체조사한 미공표 여론조사는 보고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선 당일까지 미래한국연구소의 미공표 여론조사 보고서가 캠프에서 활용됐다면 명씨 주장은 거짓말이 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지난 7일 “(명씨와는) 본격적으로 대선 (국면)에 들어가기 전에 대통령이 선을 그었던 것 같다”고 주장한 것과도 맞지 않는 정황이다.
명씨가 윤 대통령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을 수 있다. 정치자금법은 법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으면 안 된다고 규정한다. 여론조사가 무상으로 제공됐다면 그 비용(정치자금)을 받은 셈이다. 비용을 지불했더라도 문제다. 국민의힘 자체 조사에 따르면 각 캠프가 명씨와 관련된 업체와 공식적으로 계약을 맺은 적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선거비용 지출에도 회계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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